들어가면서
최근 새로운 회사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최근 또한 집 주변 스타벅스의 라떼에 열이 받아 에어로치노를 구매하였다. 어쨌든 매일 나가지는 않기에 집에서 커피 마실 때 사용 하려고 샀다. 하지만 2주간 매일 출근해야 할 것 같다. 정확히 말해주는 사람은 딱 꼬집어 없지만 이런 것이라 생각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막내가 코가 많이 토하는 것을 겨우 달래며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 여러 회사를 다니며 맞이 했던 그 첫날들을 흐리지만 기억해 보려 한다.
인프라웨어
인프라웨어는 재미있는 일화가 몇 있었다.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더듬더듬어 보며 몇 자 적어본다.
면접 때
인프라웨어는 반포 주택 지역에 사무실이 있었다. 정말 처음 찾아갈 때 너무 힘들었다. 하필 나는 9시 면접이었다. 당시 용인에 살던 나는 그 먼길을 빨간 버스와 마을 버스를 번갈아 타며 겨우겨우 도착했다. 지금이야 턴바이턴 네비게이션도 있고 세상참 좋다만 당시는 참 암담했다. 사실 나는 9시 00초에 겨우겨우 면접 대기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나밖에 없었다.
채용 담당자도 면접관들도 나와 같이 면접을 봐야할 사람들도 없었다. 나름 당시 공채 2기였었기에 9시부터 계속 면접이 이어졌었다. 지금와서 생각하면 야근은 야근대로 하다가 아침 일찍 면접을 보러와야 하는 팀장님들은 정말 힘들었겠다 생각이 든다.
나 다음으로 온 사람은 개발본부장님이었다.
암담했다.
그 뒤에 채용 담당자가 와서 나와 개발본부장님을 소개팅 시켜주었다. 그리고 문제를 풀었다. 뭐 다들 잘 아는 인티저의 크기는 어떻게 되는지 등등 그런 문제다. 휘릭 풀었다. 냈다.
참 암담했다.
시간이 10분 가량 흐르고 회사에 들어오길 바라는 신입 지원자들이 4명 가량 왔다. 그들도 문제를 풀었고 그들과 나는 면접 장소로 들어섰는데 팀장분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랬다. 깜깜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본부장분과 아이스브레이킹이 지나고 사람을 뽑기 원하는 팀장분들이 들어오셨다. 그리고 제일 먼저온 나에게 질문이 시작되었다.
그: 인티저는 크기가 어떻게 됩니까?
나: 머신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본부장: (레이저 빔)
그: 트리가 무엇일까요?
나: Root 가 있고 그 아래 트리가 있습니다.
그: ... 아........
본부장: 질문 제대로 해! (뽑기 싫으면 면접 들어오지 말아라 등의 무서운 이야기가 오갔다.)
그 뒤에 트리에 넣고 빼고 등등 질문이 오갔고 나 나름 똘똘할 시절이라 은갈치 양복을 입고 똘똘하게 답을 했다.
결정할 때
당시 X천만원의 연봉은 희안하게도 어떤 무서운 종교 같았다. 그 이상을 안주면 안가야 하는 그런 무서운 병에 걸린 것 같았다. 네이버도 당시는 X천만원을 안줄때였었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인프라웨어는 줬다. 와우. 당시 여러 회사와 임금 등등을 가지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지금와서 생각하지만 정말 미쳤었던 것 같다. 게다가 개인 사정이 있어서 1월 2일에 출근을 못하고 조금 뒤에 한다고 하는 상황이었다. 정말 정신이 나갔었다. 그런데 인프라웨어는 나를 받아주었다. 그냥 대강 그때쯤 기억하고 오란다. 뭐지? 나는 이 매력에 빠져 4년 넘게 이 회사를 다녔다.
지금와서 생각하는 것이지만 당시 3개월 수습이라고 월급을 덜 주었다. 결국 X천만원의 연봉을 주지 않은 것이다. 아… 이 사람들. 요새 종종 이야기하는 동료가 복지인 회사, 그 곳이 이곳이었던 것 같다. 나는 정말 웹이 뭔지도 모르고 들어갔는데 파트장님과 사수분이 정말 훌륭한 분이었다. 나는 정말 많이 배웠다. 일을 대하는 태도 조차 여기서 많이 배운 것 같다. 포인터를 쳐서 다시 포인터 접근하면 골로 가는 데 당연히 간혈적이고 윈도우즈나 성능 좋은 기기에서는 재현이 안되는 그런 상황이 종종 있었다. 새벽 2시, 3시 겨우 잡는 등 마는 둥 할 때 넌 들어가. 내일 천천히 와
하는 선배의 멋짐을 그 때 봤었다. 그 분처럼은 멋지지는 못한 것 같지만 조금 따라가려 한다. 그 많은 이슈를 혼자 다 쳐내던 사수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나중에 에자일 코칭때 주석 개수를 누가 세서 줬는데 내가 거의 높은 순위에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분 퇴직할 때 인수 인계는 내가 받았었다. 물론 그 분과는 다른 회사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지만 어쨌든 정말 많이 배웠다.
당한 만큼 많이 배워서 불만은 없었다.
입사할 때
나는 느즈막하게 입사를 했다. 다들 이미 와서 신입 과제를 하고 있었는데… 늦게 들어간 나에게 나의 팀이 팀장을 맡겨 왔다. 각 각 다른 팀에서 일하면서 과제를 했었는데… 흠… 지금와서 생각하면 참 할만한 그런 온보딩은 아니다. 온보딩이라고 말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할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어려운 것이 아니었고 나름 설계해서 모듈별로 개발해 오기로 했는데… 하.. 2명이 배를 쨌다. X천 보다 덜 주기로 한 회사가 아직 스키 캠프에 있다고 한다. 하..
그냥 나 퇴사한다고 하고 나가려는데 다른 두 사람이 나를 잡았다. 진짜 화가 많이 났었는데… 대학교 후배와 지금은 연락을 못하지만 참 개발 잘하고 성실하고 책임감이 훌륭한 동생분이 같이 잘해보자고 했다. 옥상에서 엄청 빡쳐하다가 두 사람의 회유로 다시 신입 과제 - 당연히 야근 - 을 하러 갔더니 문제의 두 분이 얌전히 처분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두 사람 빼고 나 포함 세명이서 휘리릭 마무리 해서 냈었다.
그 과제 역시 큰 뭔가는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속한 엔진 팀에서는 전혀 하지 않을 포팅 작업이었는데 평가 하는 분께서 엄한 이야기를 막 하시는 통에 참 그랬다. 우리 팀장분은 참 쓸때 없는 것을 시킨다며 뭐라 했던 기억이 있고 그 엄한 이야기를 해주신 분은 희안하게도 트레이닝 복을 그렇게 입고 다니셨다. 물론 인턴할 때 러닝셔츠를 입고 다니는 분을 봐서 그런가 그냥 그랬지만 당시는 그런 복장이 출근이 불가능한 옷이 었었다. 지금와 생각하면 웃기다. 마치 상병이하 PX 금지 같다. 지금 그런게 있을까? 그런 존재를 알까?
번외 스톡옵션과 대학 동기
처음 스톡옵션 수해를 받기 위해서는 1월 2일 입사자가 아니면 해당되지 않았다. 나는 아니기에 그런가보다 했는데, 이상하게 나의 입사일을 커트라인으로 바뀌는 일이 일어났다. 물론 그 것으로 돈을 벌지는 못했다. 그냥 주는 것 말고는 돈을 벌 수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님께 다시 한번 감사를 작게 드려본다. 어쨌든 나 뒤로 들어온 신입분들도 있었다. 어쨌든 왠지 나를 챙겨주나 싶은 회사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나의 친한 대학 동기와 근 3년정도를 같이 일했다.
정말 말썽꾸러기가 무엇인지 실제로 구현하며 일을 많이 했다. 이 친구는 정말 잘하는 친구였기에 이 친구에게도 많이 배웠다. 가끔 이 친구와 일하던 그 때가 그립다. 같이 부대찌개를 점심에 먹고 그 다음날인가 이 친구가 많이 아팠다. 그랬다. 신종 플루였다. 그 친구는 근 일주일을 쉬고 나와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참 신기했다. 그렇게 붙어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을 뒤로 한채 우리는 각 자의 길을 걷고 있다. 물론 이 친구와는 지난번에 영동족발집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 었었다.
마치며
시간을 내어 LG전자, 데이블, 마이크로소프트, 버드뷰 그리고 드라마엔컴퍼니 이야기도 써볼까 한다. 2달 인턴했던 JC엔터테인먼트도 생각이 난다. 다시 생각해봐도 각각의 회사에 입사하기까지 사연이 없던 적이 없다. 대단한 사연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결정에 작은 도움이 될까 하여 몇 자 적었다.
또 적고 보니 첫날의 일을 쓴 것은 아니다. 회사를 떠니지 않을 수 있던 기억 그런 것들을 적은 것 같다. 물론 이 힘은 영원하지 않았고 나는 그 회사들을 퇴직했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