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를 꽤 나란히 썼다. Devtainer에 모아 두었는데, 솔직히 절반은 커서랑 짜고, 절반은 손으로 고쳤다고 말해도 된다. 그런데 “글 써줘” 한 줄만 던지면 같은 결과가 안 나온다. 나는 그때그때 아래 요청 스펙을 채워 넣는다. 이 글은 그 뼈대를 그대로 복붙용으로 옮겨 놓은 것이다.


“한 줄”이 망하는 이유 한 가지

커서(또는 비슷한 도구)에게 출력을 부탁할 때, 모델은 당신 머리 안에 있는 결을 모른다.

  • 누구에게 말하는지
  • 무엇을 말하지 않을지
  • 어디까지가 이번 글의 범위인지
  • 실패하면 어떤 글이 나오는지 (장황한 교과서, 회사 홍보색, AI 냄새 문장…)

“글 써줘”는 의도의 밀도가 0에 가깝다. 그러면 모델은 가장 흔한 평균 문장으로 메운다. 평균은 나쁜 게 아니지만, 네 글이 아니다.


역할을 한 줄로 고정한다

요청 맨 위에 이렇게 쓴다.

너는 초안 작성·구조·문장 다듬기 담당.
결( thesis )·경험의 디테일·최종 책임은 나.

이 한 줄이 없으면 글이 “교과서 요약” 쪽으로 새는 경우가 많다. 역할을 박아 두면 나는 판단 한두 개만 남겨도 된다.


복붙용 — 커서에 넣는 요청 스펙

대화창에 아래를 채워서 통째로 넣는다. 빈칸은 괄호만 지우고 채우면 된다.

[목적] 이 글 한 편으로 독자에게 남기고 싶은 결 한 줄:
       (예: “한 줄 요청만으로는 블로그 품질이 안 나온다. 스펙을 넣어라.”)

[독자] 누구를 상정하는가:
       (예: “같은 팀 동료 / 퍼블릭 기술 블로그 독자”)

[형식] 결과물:
       (예: “Jekyll 블로그용 마크다운. frontmatter 포함”)

[메타]
  - layout: post
  - title: (확정했으면 그대로 / 아니면 후보 2~3개 생성)
  - date: YYYY-MM-DD HH:MM:SS +0900 형식
  - tags: 콤마 분리 또는 배열 형태로

[톤] 문장 성격:
      (예: “자조 없이 단정. 과장 금지. 유머는 최소.”)
      (예: “약간 회의적으로, 그러나 허세 없이.”)

[분량] 대략:
      (예: “모바일로 5~7분 분량”, “코드블록 포함 1200 단어 안팎”)

[구조] 제목까지는 네가 제안 가능. 단, 본문은 아래 순서를 지킬 것:
      1) 들어가면서 — 문제 제기
      2) 원인 또는 짧은 진단 (한 두 단락)
      3) 처방/재료 — 복붙용 템플릿·체크리스트 (이 글의 핵심이면 더 길게)
      4) 함정 또는 한계 (반박 들어올 자리 한 단락)
      5) 마치며 — 결을 한 줄로

[금지] 넣지 말 것:
      (예: “회사명, 제품 상세 코드명, 채널명, 특정 동료 실명, 내부 링크”)
      (예: “이모지, 과한 굵게 표시” 등 필요하면 명시)

[재료] 나만 아는 디테일 (붙여넣기):
      (슬랙 한 줄 요약 / 이번 주에 쓴 글 목록 링크 / 인용하고 싶은 문장 등)

[산출물] 마지막에 반드시:
      - 마크다운 전체 하나의 펜스 안에 출력
      - 인용 규칙·코드블록 깨지지 않게

스펙이 길어도 된다. 길수록 초안은 평균에서 벗어난다.


내가 자주 넣는 옵션 세 개 (짧게)

1. “회사 디테일 뭉개기”
내부 일을 블로그로 쓸 때는 [금지] 줄을 길게 둔다. 모델이 항상 디테일을 좋아해서, 이름이 새면 안 되는 글에서는 먼저 뭉개라고 쓴다.

2. “시리즈 결 맞추기”
이전 글들과 같은 패턴 (비어 있는 자리는 무엇이 채운다, 임계점, 의도+스킬, PaaS에 넘길 줄)을 한 줄 넣어 달라고 한다. 블로그가 사람 하나의 목소리로 읽히게 하는 데 효과가 크다.

3. “한 차례만 더 — 짧게”
첫 초안 후에 반드시 이렇게 한 번 더 부탁한다:
“같은 결 유지하고 15%만 짧게. 마지막 한 줄은 더 세게.”
말하지 않으면 초안이 과하게 정중해지거나 반대로 과하게 길어지는 경우가 있다.


함정 한 단락 — 스펙을 넣어도 안 되는 순간

요청 스펙이 네 머릿속과 같이 빈 문자열이면 소용없다.
“블로그 잘 되게 해줘”처럼 [목적] 줄을 채우지 않은 상태에서는, 스펙 폼만 채운 것처럼 보여도 내용은 비어 있다.

반대로, 목적 한 줄만 명확해도 초안은 꽤 나온다. 스펙의 심장은 [목적][금지] 이다.


부록 — [목적]만 받는 미니 스펙

시간이 없을 때는 이것만이라도 넣는다.

[목적] (결 한 줄)

[독자] (한 단어~한 줄)

[금지] (한 줄)

마크다운 한 편으로 써 줘. 들어가기 / 본문 / 마치며.

미니여도 평균보다는 훨씬 가깝게 온다.


마치며

“글 써줘”는 모델에게 맡기는 줄이 아니라 자기 결을 비우는 줄에 가깝다. 커서는 네가 채워 넣은 스펙의 밀도만큼만 밀도 있게 글을 쓴다.

나는 매번 [역할] + [복붙용 스펙] + (필요하면) 두 번째 패스 요청 이 세 줄이면 시작한다.

한 줄 결: 도구에게 넘길 문자열 안에 결을 넣어라.